2024/12/29 9

가윤이 자라는 모습(2024.12.8)2025년 을사년(乙巳年)에도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쑥버무리 / 김경은  봄꽃보다 향가로운 네 생각을 품어본다. 이른 봄 양지녘에 파릇파릇 돋은 너를 광주리 소복 뜯어 쌀가루에 버무리고 솔가지 불쏘시개 잔불을 살려내어 뜨겁게 넘치도록 손맛을 더해 담아 한소끔 끓여내니 부슬부슬 쑥 향 가득 냉이, 달래 피어오를 첫봄의 추억으로 두레 밥상 펼쳐놓고 온 가족이 모여앉아 진초록 쑥 내음에 더해지는 행복 수다.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가윤이가 2025년 을사년(乙巳年)에도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해산이 얼마 남지 않은 딸내미가 순산해서 가윤이에게 예쁜 동생을 안겼으면~

2024.12.29

유하 자라는 모습(2024.12.25)2025년 을사년(乙巳年)에도무사무탈하게 무럭무럭 잘 자랐으면~

간장게장 / 지영환 간장처럼 짠 새벽을 끓여 게장을 만드는 어머니 나는 그 어머니의 단지를 쉽사리 열어 보지 못한다 나는 간장처럼 캄캄한 아랫목에서 어린 게처럼 뒤척거리고  게들이 모두 잠수하는 정오 대청마루에 어머니는 왜 옆으로만 주무시나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햇볕에 등은 딱딱하게 말라가고 뼛속이 비어 가는 시간에 2024년 갑진년(甲辰年)처럼 2025년 을사년(乙巳年)에도 무사무탈하게 무럭무럭 잘 자랐으면~

2024.12.29

유하 자라는 모습(2024.12.13)순산해서 유하에게 예쁜 동생을 안겼으면~

간장 항아리 / 김은아  콩과 소금이 조화를 부린 것이 아니다 항아리 속 검붉은 엣센스는 콩밭 이랑에 불던 바람 소리 지난 여름 따갑게 내리쬐던 달더단 햇살이 녹아난 것 오감으로도 말할 수 없는 깊고 깊은 아득한 오천 년 우리 어머니가 우리를 잉태하여 둥그런 배를 쓰다듬듯 지켜온 곰삭은 세월이거늘. 며느리가 해산할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순산해서 유하에게 예쁜 동생을 안겼으면~

2024.12.29

가윤이 자라는 모습(2024.11.24)언제 저렇게 컸나 하는 생각이~

돋보기 / 김선희  거실 바닥에 넓게 이불 호청을 펴놓고 목화솜 이불을 시침질 한다  사방을 둘러가며 꿰매다 얼굴을 들어보니  신발장 문짝에 붙어 있는 거울에 내 어릴 적 엄마가 앉아 있다  동그란 돋보기 너머로 눈을 밀어 올리며 반겨주던 엄마  어느새 나도 돋보기 너머로 내 식구들을 반겨주는 나이가 되었다 할아버지를 제일 좋아하는 유하를 볼 때면 언제 저렇게 컸나 하는 생각이~

2024.12.29

유하 자라는 모습(2024.12.8) 2번째 겨울을 맞이했는데~

김밥꽃 / 황시언  예리하고 날카로운 칼에 베어져 나와야만 한 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다 칼 지나자 김밥꽃 핀다 동그랗게 말렸던 검정색 긴 몽뚱어리에서홀연히 떨어져 나온 꽃잎 한 장화들짝 놀라 동그란 눈빛이 화전 같다예리한 칼날에 베어지면서 제 몸 잘라 그대 허기 채워주는 꽃아무도 그 꽃잎에 입술 베이지 않는다. 갈수록 예뻐지는 유하가 2번째 겨울을 맞이했는데 하얀 눈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2024.12.29

유하 자라는 모습(2024.11.30)엄마를 닮아서 흥이 참 많다는 생각이~

이팝나무 아래서 / 김밝은  저만치서 머뭇거리는 봄을 불러보려고 꼭 다물었던 입술을 뗐던 것인데 그만, 울컥 쏟아낸 이름  고소한 밥 냄새로 찾아오는 걸까  시간의 조각들이 꽃처럼 팡팡 터지면 기억을 뚫고 파고드는 할머니 목소리  악아, 내 새끼 밥은 묵고 댕기냐  귀엽고 예쁜 유하는 엄마를 닮아서 흥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2024.12.29

가윤이 자라는 모습(2024.11.15)언제 저렇게 자랐나 하는 생각이 들고~

밤 먹을까 / 김혜율 우리 밤 먹을까 저어기 앉아 달을 삼키고 저어기 서서 별을 따먹자 달을 삼킨 너의 손은 고단함을 베고 누운 나를 토닥이고 별을 담은 너의 눈은 홀로 선 내 그림자를 위로한다 내가 베어 먹은 달은 초승달이 되어 네가 앉아 쉴 수 있게 기울어지고 내가 삼킨 별들은 나를 가득 채워 네가 걸을 깜깜한 골목길을 밝혀준다  오늘도 하루를 마친 네게 묻는다 우리 밤 먹을까  가윤이를 볼 때면 언제 저렇게 자랐나 하는 생각이 들고 보면 볼수로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2024.12.29

유하 자라는 모습(2024.11.14)콩나물 자라듯이 그새 부쩍 컸다는 생각도~

우주의 메시지 / 한규동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건널목에 서있다 모두 입을 막아 놓았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살았나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입과 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침투하여 숨을 멈추게 한다고 경고를 한다 그동안 악악거리며 침 튕기며 살아온 내 삶의 부메랑일까? 사회적 거리를 두고 입을 막고 살라 한다 묵언으로 참선하라는 계시일까? 녹색등이 들어오자 길을 건넌 사람들 지구의 저편으로 건너가고 있다 삶의 거리를 두고 각자의 삶을 돌아보라 한다 콩나물 자라듯이 그새 부쩍 컸다는 생각도 들었고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2024.12.29

유하 자라는 모습(2024.11.11)아무 탈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손주를 볼 때면~

매일 웃는다 / 최금녀  한 집에서 두 사람의 영혼이 산다 한 사람이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면 한 사람은 부엌에서 시를 쓴다 아이들은 우리 사이를 위험하다고 한다 나는 괜찮다고 받는다  심심해서 보일러 온도를 높인다 심심해서 말의 온도를 낮춘다 한 사람과 또 한사람이 웃는다 말이 안되는 말은 서로 뽑아준다 맹세들도 버리는 중이다  선물을 주고 받는다 고맙다는 말을 하나씩 나누워 가진다 한 사람 같은 두 사람이 웃는다 아무 탈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손주를 볼 때면 그저 고맙다는 생각이~

202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