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2016.9.18)유실수 지지대도 세우고 늙은 호박도 따고~

들산바람 2016. 9. 18. 21:39

 

 

 

 

 

 

도라지꽃 / 정한용

 

흰 꽃이 피었습니다

보라 꽃도 덩달아 피었습니다

할미가 가꾼 손바닥만한 뒤 터에

꽃들이 화들짝 화들짝 피었습니다

몸은 땅에 묻혀 거름이 되고

하얀 옷깃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무더기로 손 쓸립니다

수년 전 먼저 길 떠난 내자(內子)를 여름빛으로 만나

한참을 혼자 바라보던 할애비도

슬며시 보랗빛 물이 듭니다

 

 

내자(內子) : 남 앞에서 자기의 아내를 이르는 말

 

 

 

 

 

도라지꽃 / 이해인

 

엷게 받쳐 입은 보라빛 고운 적삼

찬 이슬 머금은 수줍은 몸짓

사랑의 순한 눈길 안으로 모아

가만히 떠 올린 동그란 미소

 

눈물 고여오는 세월일지라도

너처럼 유순히 기도하며 살고 싶다

어느 먼 나라에서 기별도 없이 왔니

내 무덤가에 언젠가 피어 잔잔한 연도를 바쳐 주겠니. 

 

 

 

 

 

 

 

 

덩굴성 복분자 나무는 지지대와 망을 안 해주어서 땅으로 기고 있다..

가지가 너무 많이 뻗어서 엄두가..

 

 

 

 

 

개량 왕대추나무 대추가 너무 많이 달려서 땅바닥에 곤두박질을 쳤는데

곧게 서게 지지대를 해주었다~ㅎ

 

 

 

 

 

비스듬이 선 또 다른 대추나무..

 

 

 

 

 

 

 

 

관심이 많은 으름덩굴~

 

 

 

 

 

내년쯤에는 오가피나무 잎을 따서 삼겹살 싸서 먹을 수 있을 것 같기도~

 

 

 

 

 

유실수들이 그새 많이 자랐는데 ​내년 이른 봄에는 가지치기를 해야할 것 같다..

 

 

 

 

 

호박과 무척 닮은 마눌님~ㅎ

 

 

 

 

 

분이 하얀 늙은 호박처럼 들바람도 곱게 늙어야~

 

 

 

 

 

 

 

 

땅바닥에 코를 박고 있는 대추나무에 지지대를 했는데

자주만한 대추가 엄청 많이 떨어져서 아쉬움이..

 

 

 

 

 

호박같은 마눌님!! 호박 그만 따세요~ㅎ

 

 

 

 

 

호박처럼 아름다운 마눌님~

마눌님같은 호박~

 

 

 

 

 

 

 

 

자두만한 개량 대추~

 

 

 

 

 

내년에는 들바람이 좋아하는 으름을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블랙베리 맛이 너무 떫었는데 조금 일찍어야 했다..

 

 

 

 

 

마눌님!! 패션이 참 특이하고 아름답네요~

오랜만에 함께 밭에 나와서 참 좋아요~

 

 

 

 

 

내년에는 가지치기도 해야 하고 무척 바쁠 것 같다는 생각이..

 

 

 

 

 

나무들의 마음 / 고재종

 

마을 한 바퀴 들러보니

나무들 거기 서 있습니다

뒷동산에 청솔나무

동구밖에 정자나무

맑은 바람과 투명한 햇살

그 싱그런 초록 전류에

갱변의 미루나물로 차르르

당산의 배롱나무도 차르르

 

어디 그뿐 아니라   

사람도 그기 깨어 여전합디다

참등나무집 과수댁

오동나무집 보성영감

등꽃 달고 오동나무 보며

그런대로 그기 살 듯 

은행나무집 할매도 성성히

대추나무집 노총각도 팽팽히

 

 

유실수 지지대도 세우고, 늙은 호박도 따고, 야채도 따고

높아가는 가을도 만끽하고 

참 좋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