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잎 질 무렵 / 김기연
자주감자 꽃잎지는 초여름이었습니다.
아버지 동네 부역나가시고
어머닌 오 일만에 드는 이십 리 읍내의 의성장 가시고
오빠들마저 학교에 간 정오는
덕지덕지 고요가 쌓였습니다.
아, 풍요해진 고요는 사립짝을 밀치고 나와
휑한 동네의 구석구석을 마저 채웠습니다
앞산자락 참나무 사이 뻐꾹새 흐드러지게
고요를 읽고 있을 때
나는 가슴 한 자락 살포시 펴고
묘사 끝 음복 떡 보자기에 챙겨 담듯이
그 소리 담았습니다.
이내 소리들은 졸음이 일고
졸음든 소리를 베고 누워 따라 잠들었습니다.
심심해진 햇살이 댓돌 위 고무신 속에
소복소복 모여
따끈한 집 한 체씩 짓고 있었습니다.
편찮으신 아버님을 대신하여 한낮에는 너무 더울 것 같아 새벽녘에 일어나서 감자를 케고 마늘을 뽑았다~
24절기 중 망종과 소서 사이에 있는 절기로서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 전에 마늘을 뽑았어야 했는데 조금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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